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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본의 아니게 스포일러가 포함되거나, 영화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담겨 있을 수 있습니다.


한동안 '영화'라는 걸 보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영화와 좀 떨어져 있을 필요가 있었다. 영화로 밥을 먹고 산 시간 동안 나도 모르게 영화를 바라보는 고정관념이 생겨버린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기대감이 생기지 않는 것. 이것은 티켓을 사서 영화를 봐야할 이유를 앗아가버렸다. 또 하나의 이유는 말 그대로 영화를 보기가 싫어서였다. 한 편의 영화가 탄생하기 위해 정말 많은 스탭들의 땀과 시간이 들어간다. 하지만 모든 영화가 인정받을 수는 없다. 스타캐스팅과 거대 자본의 투입, 그리고 나날이 상업 영화만 받드는 한국 영화 시장은 몇몇 훌륭한 작품들을 통해 관객의 눈높이를 한층 끌어올려 놓았지만 거꾸로 눈높이를 맞출 수 없는 영화들로 관객을 실망시키고 있다. 배급이나 투자 등 이윤 맞추기에 급급한 기획은 엉성한 시나리오를 묵인한 채 제작에 돌입해야 하는 일도 다반사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견해이니 각설하고.. 여튼 그런 관객을 극장에서 마주칠 자신이 없었다. "뭐야 이거", "별로네" 하는 한두마디의 평가로 밥 못먹으며 일한 시간과 박봉에 시달린 날들, 잠못자고 나방처럼 파닥거리며 야근하던 날들이 한순간에 판가름 나는 것이다.


<쏘우4>를 봐야겠다고 생각한 건 '자극'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영화를 멀리하는 동안 도토리묵처럼 물컹해져버린 두뇌에 찬물을 끼얹어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 냉수가 가급적이면 외화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쏘우>시리즈의 매니아가 아닌 나로서는 <쏘우1><쏘우2>를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억은 이미 희미해져 있었다. 단지 남아있던 건, "나태하고, 이기적이고, 비도덕적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저지른 악행들에 무감각하게 살아가는 현대의 인간상에 대한 강렬한 경고"를 보냈던 영화 정도였다. 좀 더 기억해보자면 타이트하게 짜여진 탄탄한 스토리라인 덕택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손에 땀을 쥐며 봤던 영화, 그게 다다. 그래서 나는 '두뇌감전'을 기대하며 극장으로 향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의 두뇌는 아주 제대로 감전되었다. 상영 직전 간단히 허기를 채우기 위해 먹은 '갈릭 버거'가 내 위장을 갉아댔으며, 러닝타임 중 약 1/3 정도는 두 손으로 눈을 가린 채 자막만 간신히 보았다. 심지어 초반부에는 쓱싹거리는 소리를 견딜 수 없어, 귀막으랴 눈가리랴 정신이 쏙 빠질 지경이었다. 손이 네 개라면, 아니 발이 손이 되길 빌었다. 그럼 눈도 가리고 귀도 막고 얼마나 유용했을까? 나이가 들면서 비위가 약해진건지 어쩐건지 모르겠지만, 누가 나에게 "사람을 잔인하게 보내는 방법"을 일년 동안 하나만 생각해보라고 해도 생각해내지 못했을 법한 다양한 "세상 떠나 보내기"방법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정작 기분이 나빴던 건 그 장면들 보다 그것들을 보여주는 태도였다. 마치 갤러리에 전시를 해놓고 "이건 어때? 굉장하지?"하는 식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작들보다 더한 것들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듯이 스크린이 아파하는 것 처럼 보일 정도로 포악하게 굴어댔다.


게다가 마치 비주얼적 잔인함을 논리적으로 달래줘야 한다는 듯이 <쏘우4>는 사건과 인물들을 넘나들며 직쏘의 범행동기를 풀어준다. 하지만 이는 대단히 위험한 일일 수 있는데, 왜냐하면 설령 그가 그렇게 변할 이유가 있었다하더라도 인간을 심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주관적이다. 사람이 사람을 판단할 수는 있어도 심판할 수는 없다. 물론 영화에서 직쏘에게 동정어린 시선을 던지고 있진 않지만, 적어도 그런 설명은 잘못 해석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직쏘의 범행동기에 대한 어설픈 부연설명은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더군다나 싸늘하게 식어버린 직쏘를 뒤로하고 <쏘우4>는 차기작을 위해서인지 또 다른 정신적 이단아를 등장시키며 마무리된다. 보너스로 만행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매스컴은, 미디어는 어떤 측면에서 인간의 '불감증'을  유발시키고, 또 심화시킨다. 뉴스는 현대인에게 계속해서 살인사건을 보도하고, 교통사고 현장을 방송하며, 추적.고발 프로그램 등을 통해 인간의 추악한 면을 계속해서 들춰낸다. 사람들은 자각하기 전에 이미 잔인한 사건, 비인간적인 사건들에 무감각하게 반응하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쏘우>의 전작에 대한 이미지가 나쁘지 않게 남아 있었던 건, 쏘우가 비인간적 극단으로 치닫는 현대의 인간상에게 외치는 메시지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쏘우4>를 보면서 느낀 건, 반복되는 메시지 속에 더욱 끔찍해지기만 한 이미지였다. 전편을 뛰어넘는 메시지와 철학을 만들어낼 수 없다면, <쏘우5>는 만들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단순히 살인마와 희생자의 숨막히는 게임, 퍼즐같은 2시간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이 영화는 이제 스스로가 비인간적으로 변해버린 듯 하다. 아름다운 것들만 보고 살기에도 인생은 짧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코믹한 로맨스 만화책으로 마음을 진정시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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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모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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